• 2019. 7. 11.

    by. 이동영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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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거 아닐까?)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다. 나도 평소 많이 떠올리는 화두이지만, 바로 오늘도 수강생분들과의 모임 중 받은 질문이기도 하다.

    글쓰기에 재능이 반드시 필요할까? 글쓰기를 잘하려면 재능이 있어야만 할까?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있어야 한다. 단, 이것을 먼저 믿어보자. 당신 역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그저 재능을 월등히 타고난 사람과 그 소소한 재능에 격차가 날 뿐이다. 그 재능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환경'이라는 기회의 차이도 있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한들 포기하거나 좌절할 일이 전혀 아니다. 쉽게 '노래'로 예를 들어보겠다. 노래 실력이 누구나 다 임재범, 조용필, 박정현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우선 '가창력'하나만 놓고 보겠다.

    가창력에 기교가 없지만 담담하게 자기 목소리와 감정, 생각을 표현해내는 보컬들이 많다. 예를 들어 (내 생각에) 루시드폴, 요조, 유희열 등등.. 이들은 가창력이나 기교가 엄청나게 훌륭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색깔을 내는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가창력 뛰어난 가수의 노래와 연속해 듣다 보면 이들 스스로 느끼는 한계를 '스타일'로 승화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건 편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반드시 기교가 있어야만 가수는 아니다. 가창력이란 건 어쩌면 전달하는 기본 이상 + 듣기에 괜찮은(나쁘지 않은) 느낌이라면 가수로서 자격은 충분하다.

    그들만의 고유한 목소리, 감성, 메시지로 사람들을 웃고 울리듯 우리 역시 자기 목소리, 감성, 메시지로 글을 쓰면 그만이다. 그게 솔직, 담백, 당당하게 공유가 되면, 그 글이 필요했던 독자에겐 재미로 남거나 정보로 남거나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편안함이든 화려한 기교든 시간을 꽉 채워준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가수의 가창력은 작가로 말하면 곧 문장력이다. 이 정도 말해도 아직 재능이 1도 없어 보이는 내 글을 공개하기가 두렵다고? 그럼 이동영 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우리집은 가문 대대로 '음치 박치' 집안이다. 노래를 '열심히' 끝까지 부르면 '잘한다'나 '좋다'가 아닌 '애썼다'가 청중의 평인 정도이다. 적어도 우리 부모님과 형은 음치와 박치가 확실하다. 나도 속절없이 그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러다 좋아하는 가수에 꽂혀 하루에 같은 곡을 100번씩 반복해 듣고 101번씩 2년 정도 따라 불렀더니 결국 노래를 곧잘 하게 됐다. 밥먹듯이 노래한 게 아니라, 밥 먹는 것보다 노래를 훨씬 더 많이 했었다. 혼자 '미친 듯이' 노래를 즐겨 부르니 각종 가요제에 나가게 되고, 너목보 2에 실력자로 출연 섭외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음치 박치도 노력하면 누구나 자기 감성과 목소리를 가지고 표현해낼 수 있다는 거다. 처음부터 예술적으로 접근하지만 않는다면 그게 노래든 글쓰기든 말하기든 무엇이든 세상에 자기표현을 할만한 기본기는 갖출 수 있게 된다. 그럼 '잘한다' '잘한다'하는 말을 들으며 자존감과 자신감이 동반 상승하게 된다. 칭찬을 받아 동기를 자극받는 연속된 작은 성취에 도전하면 보상처럼 긍정적 피드백은 선순환을 낳는다.그 자기표현이 일기나 혼잣말이 아닌 독자(청중)를 의식한 결과물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어느 정도 긍정 피드백이 반복되면 안주할 게 아니라, '잘한다'라는 말을 넘어서야 한다.

    '노래 잘하는 일반인'가수에서 '영향력(감동, 재미 등)을 끼치는 가수'로 거듭나는 순간이 오면 비로소 아마추어를 벗어난 '가수'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글이 좋다는 말, 글을 읽은 독자로부터 감정, 태도, 생각 등의 변화를 느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진정한 '작가'로서 거듭나게 된다. 이때, 김훈, 김애란, 김영하 같은 문장가들과 날 비교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내 색깔을 뚜렷하게 하기 위하여 나다운 글을 쓰고 목소리를 다듬는데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작품(글쓰기라면 책) 하나를 세상에 내놓게 되면 그 후부터는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인다. 필자가 자주 하는 표현이 있다.'책을 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하나의 결과물로 세상에 내놓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정갈한 부끄러움'은 내가 작가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되어 준다. 급 겸손해지면서 늘 부족하고 아쉬운 지난 작품에 반추해보며 아프고 냉정한 업그레이드를 꾀하는 것이다. 그런 결핍이 자양분이자 마중물 역할을 한다. 꾸준함과 인정함만 있다면 말이다.

     

    글쓰기는 원래 두렵고, 어렵다. 글쓰기를 계속하며 글쓰기 강의까지 하는 나 역시도 하면 할수록 두렵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게 바로 글쓰기다. 기록으로 두고두고 남으니 독자를 의식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작가들은 두려움과 어려움이 없거나 매번 극복해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그 두려움과 어려움에 '익숙해져' 갈 뿐이다. 익숙함은 모든 고통을 견디게 해 준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라'라고 흔히 말하는데, 나는 익숙함 자체가 이런 의미에서 너무나도 소중하다.

    이제부터 당신이 할 일은 하나다. 당신이 아주 조금이라도 품고 태어난 글쓰기 재능을 감각적으로 기르는 데 주력해보는 것. 재능 격차가 많이 나는 작가와 나를 비교해봤자 내가 발전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어쩌면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의지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많은 글쓰기 강사들이 감각을 기르는 글쓰기 습관을 강조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태어난 글쓰기 디폴트옵션을 그대로 두지 말자. 자꾸만 나와 직면하고 나를 드러내 보자. 눈 질끈 감고 뻔뻔해져 보자. 글쓰기 재능의 잠재력을 깨우려면 자꾸 쓰고 공개해보는 수밖엔 달리 방법이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나 먼지를 일으키며 환경을 오염시킨 한 명의 인간으로서 글쓰기는 선한 영향력을 떨쳐야 하는 미션 내지는 의무인지도 모른다. 죽으면 아무것도 아닌 인생, 뭘 그렇게 감추며 사는가!>> 이동영 작가 글쓰기 책 보러 가기글_이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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